SP'S SPARKING

모임이 끝나면 왜 힘들까 생각해보았다 본문

카테고리 없음

모임이 끝나면 왜 힘들까 생각해보았다

SPSP 2024. 3. 15. 07:20

꽤 오래전부터였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불편했다.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오늘 직장 동료들과 쉬는 날에 다 같이 새로 연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나를 포함한 5명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최근 주요 이야깃거리인 한 직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창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정 상황에 대해 설명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했다. 그렇게 감정을 나누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나와 근처 카페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얼추 다들 말이 없어질 무렵, 우리는 각자 집으로 해산했다.

 

집에 가는 동안 한숨이 길게 나왔다. 그 시간들이 왜인지 불편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가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이 있어 편했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왜 내가 불편했다고 느꼈을까? 집에 가면서 생각을 했다.

 

먼저 되돌아보자면, 오늘 모임자리에서의 나는 말을 많이 안 했다. 그 2시간 동안 정말 10-15마디 한 것 같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이 세 가지가 떠올랐다.

1. 할 말이 없다.
말 그대로 할 말이 없다. 난 누구에게 그렇게 깊게 잘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왜 그런 행동을 했고, 그래서 내 기분이 이랬고, 이런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잘 얘기하지 않고,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묻고 그걸로 잠깐 대화를 이어가지만, 내가 그 사람의 행동의 이유가 이해가 된다면 그냥 넘어가는 것 같다. 또한 나의 감정을 잘 공유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감정이라면 공유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그 사람도 기분이 다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같이 길게 얘기할만한 새로운 주제거리를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주로 상대방이 새로운 주제를 얘기하고 그거에 호응하는 편이다.

 

2.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미 누군가 하고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한창 대화 중일 때, '이 사람 이상한 사람이네', '그런데 왜 그렇게 했대요?', '언제 그랬었어요?' 이런 말들을 하려고 할 때, 이미 누군가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버린다. 나는 그거에 그냥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미 다른 사람이 내 궁금증을 물어봤으니, 굳이 내가 하지 않는 것이다.

 

3.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이미 그 대화 주제는 넘어가있다.

2번에 이어, 어쩔 때는 내 궁금증을 다른 사람이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때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말하려고 하면 이미 그 궁금증에 관한 주제는 넘어가있다. 거기서 이미 넘어간 주제에 대해 얘기한다? 그건 다시 되돌아가는 거니까 대화 흐름을 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내 이야기를 꽤 긴 텀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 못한다. 말할 때 뒤죽박죽 말해서 사람들이 집중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고, 왠지 내가 말을 할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아이컨택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마음 편하게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걸 호응하는 게 편하기도 해서 내 말을 아낀다. 

 

한 테이블에는 5명이 앉아있지만, 나는 그냥 티브이쇼를 보고 있는 기분도 종종 든다. 내가 없어도 그냥 재밌게 모였을 자리인데. 4명 테이블을 못쓰고 자리를 포기했을 때 나는 존재감이 없으니까 그냥 내가 빠져버리는 게 나은가 생각했다.

 

이런 행동들이 왜 내가 불편해지는 걸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생각해 봐야 될 듯하다.

 

번외로, 단 둘이 있을 때는 다르다. 

단 둘이 있을 때는 오로지 그 사람과 나뿐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나밖에 없으니 하면 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것도 나와 상대방만이 결정하는 것이니 부담이 없다. 단지 할 말이 없는 게 내게는 숙제일 뿐.

 

이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다. 혹시나 말했다가 나를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피곤해할 수도 있으니. 답답하다. 어른에게 조언도 듣고 싶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