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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이 무교가 된 이유

SPSP 2023. 6. 13. 15:31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이시고, 우리 가족은 매주 한 번 모여 가정예배를 드릴 만큼 기독교 가족이었다.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을 갔을 때, 잠이 들기 전 친구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주제에 갑자기 두려워지면서 '만약 내가 천국에 가지 못해서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 생각은 어린 나를 울게 만들기 충분했다. 정말 서럽게 울어서 교회를 다니던 친구는 날 안아주며 나를 진정시키고 선생님까지 와서 날 다독여 줬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난다.

 

그런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어 여전히 교회를 다녔다. 초등학생 때 부터 알고 지낸 교회 친구들, 선생님. 매주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건 월화수목금 학교에 당연히 출석하는 것 처럼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를 종교적 혼란에 빠지게한건 중학교 2학년. 늘 그렇듯 예배가 끝난 후 큐티 시간을 가졌다. 큐티 시간에는 성경 교재를 가지고 내 또래 5~6명과 지도선생님과 함께 성경을 읽고, 서로 성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도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느 날 큐티 모임을 끝내고 혼자 집에 가는데, 빈 방에 한 페이지가 펼쳐진 기독교 잡지를 우연히 스쳐 지나가며 보게 되었다. 그 잡지에는 대략 '하나님의 존재에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라는 제목이 있었다. 정확한 제목은 아니지만 이런 뉘앙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 잡지의 속 내용은 하나님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일 거라 짐작하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 제목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하나님'이란 존재는 당연히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 도 있나?'라는 생각. 마치 지구는 둥글다고 당연시하던 게 별 모양 일 수도 있다는 생각. 난 근처 도서관에 가서 '지구의 탄생', '인간의 기원' 같은 세상의 첫 탄생에 대해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교회에서 배운 내용이 다르다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 교회에서는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라는 사람을 만드셨다고 했지만 학교에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시작으로 진화하여 사람이 되었다고 하니.. 지금도 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 가끔 생각하지만, 교회에서 배운 것처럼 '온전한 사람'으로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점점 '하나님'의 존재에 의심을 하며 난 일요일에 교회를 점점 빠지게되었다. 처음 빠지게 된 날은, 정말 두렵고 무서웠다. 내 평생 동안의 단단한 틀을 깨는 기분이었다. 교회 안 가고 있는 나를 누가 날 볼까 봐 무섭고, 교회 선생님들이 부모님께 전화해서 교회에 안 왔다고 전화할까 봐 늘 부모님 핸드폰으로 모르는 전화가 오면 무서웠다. 부모님은 다른 교회를 다니고 계셨는데, 그 교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계셨기에 기독교에 대한 열정이 크셨기 때문이다. 일요일 집에 있으면 부모님이 교회를 안간다는 것을 알 수도 있으니 일단은 나갔다.  그리고 혹여 나라도 교회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교회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교회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왜 요즘 안나오냐고 연락했지만, 난 그 연락을 피하고 다녔다. 

 

늘 습관처럼 무슨 음식을 먹기전 기도하는 것도 점차 안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안 한 지 오래라 하면 어색하다. 어른이 되어 가며 여러 드라마, 영화, 종교에 관한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니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결국 하나님이라는 존재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고, 사람이 살면서 힘들고 슬플 때 기대고 무언가를 바랄 때 기도할 어떠한 존재가 필요하기에 사람들이 종교를 만든 것이다'.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 한 쉽게 내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주변 환경이 바뀌고 새 지역으로 이사 하게 되면서 문득 교회를 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 종교적 이유가 아닌 솔직히 말해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난 평소 하나님을 믿고 기도를 하는 기독교인인 척 사람들과 지내왔다. 그리고 그 교회의 목사님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독교적 궁금증들을 여러 개 써서 가져가 물어봤지만, 회피하는 건지 내게 늘 까먹었다고, 답장 곧 주겠다며 이야기해놓고 결국 주지 않는 이 상황이 반복되었고, 나는 '목사님 마저 이 기독교적 질문을 피해버리는구나, 하나님은 없지'하며 마음의 문은 닫아졌다. 아니, 자물쇠로 잠가두고 열쇠는 강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면서 사람의 양면성에 등을 돌렸다. '어떻게 밖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교회에서는 가면은 쓴 것 처럼 기독교에 독실한 것처럼 행동하고 찬양하고 사람들을 인도할 수 있지?'라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

 

부모님은 아시지만 모르는 척 하는건지, 모르시는 건지, 아직도 종종 나에게 전화로 '교회는 계속 잘 다니고 있지?'라며 확인을 하시곤 한다. 난 다니고 있다고 안심을 줄 뿐. 안 다닌다고 솔직하게 말할까 생각도 많이 했지만, 그건 가족을 평화를 망가트리고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아질 것 같아 마음속으로만 꾹 담아놓는다. 

 

그래서 난, 무교다. 뭐 신은 있을 수도 있지만, 굳이.. 천국 가기 위해 매주 일요일에 교회를 가서 성경 이야기하고 찬양할 필요는 있나 싶다. 그렇다면 결국 '천국'이라는 이익을 위해 힘쓰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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