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의 멈춤
요즘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 고민이 많다.
4일의 일본 여행 후 근무라 그런지, 무리한 연속 7일 근무가 힘들어서인지, 첫 회사라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만 (복합적인 것 같다) 나의 활력이 확실히 없어졌다는 느낌을 요즘에 너무나도 많이 받았다.
사람이 잿빛이 된다면 이런 느낌 일 것 같다. 절대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래서 나의 첫 회사의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사무직인 나의 첫 회사. 첫 취업이니만큼 면접에 긴장도 많이 하고 준비도 꽤 했다. 사원증을 받을 때 그 뿌듯함을 잊지 못한다. 몇 시간 동안 그 사원증을 쳐다봤었으니까. 사실 첫 회사 사무실을 들어갔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안상 창문이 막혀있고, 맛있는 사내식당도 없고, 전자레인지조차 없었다. 그래서 점심 도시락을 사도 차가운 음식 말곤 딱히 없었다. 회사 빌딩은 높고 크지만, 그 수많은 층 중 하나만 쓴다고 하니.. 신입 교육 후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그 실망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7년 동안 사무실 로망이 있어 기대를 많다. 그래도 일단 몇 달 지나면 익숙 해 지겠지 했다.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일이 너무 없어서 하루 종일 핸드폰을 슬쩍 한 날도 있었고, 팀원들도 잘 챙겨주고 내 옆자리 선임분은 늘 잘 알려주고 농담도 많이 나누면서 가까워졌다. 선임의 그 빠르고 멋진 일처리를 배우면서 회사생활을 했다.
첫 연차 사용 후 남자친구와 일본여행을 갔다왔다. 여행에서 본 일본의 모습은 <주토피아> 같았다. 영화 <주토피아>를 참 좋아하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배 위에서 멋있게 항해하는 모습, 복작한 라멘가게에서 부부가 라멘을 만드는 모습, 푸른 바닷빛에 물안경 쓰고 풍덩 빠지는 모습. 인생을 즐기는 것이 귀국 후 에도 자꾸 아른거렸다.
활기찬 모습을 보다가 다시 잿빛 사무실로 들어오니 훅- 마음이 딱딱해졌다. 뭐라 표현할지 잘 모르지만, 마음이 점점 딱딱해졌다.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어떤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안뛰겠다만, 난 그러고 싶다.
활동적이고 좀 발로도 뛰면서 나의 숨가쁜 노력으로 인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일단 사무직은 아닌 것 같다. '것 같다'가 아니라 아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직업은 공연 스태프, (놀이공원 같은) 파크 운영, 대회운영도 재미있을 것 같다. 롤 대회 같은? 고정적인 자리에서 업무하는 것이 아닌, 동적인 업무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이에 대해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생각 안 하기로 했다. 뭐, 시간 지나면 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퇴사한다고 하니 여러 상사분들께서 감사하게도 붙잡아주시고 말려주시고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부서로 바꿔주시겠다고 대안을 주시며 노력해주셨다. 내가 그 짧은 기간 동안 회사생활과 업무를 잘했나 보다. 그래도 이미 퇴사를 결정해서 그런지 마음이 다 떠나갔다. 팀을 옮겨주신다는 현실적인 대안에도 죄송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졌다.
퇴사 후 당장 뭐할까 고민 중이다. 일단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거다. 행사스태프.. 또 뭐 있지? 일단 물류는 안 갈 거다. 전에 했던 쿠팡알바가 괴로웠어서. 한번 찾아봐야겠다.